디즈니, 통합 만화 플랫폼 구축 네이버웹툰에 맡겼다
네이버웹툰이 디즈니와 단순 협력관계를 넘어 새로운 디지털 만화 플랫폼 개발을 위한 비구속적 조건합의서(Non-binding term sheet)을 체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디즈니는 네이버웹툰의 지분 2%를 보유하고, 최종 계약을 위해 기초적인 합의를 마친 단계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웹툰과 디즈니는 디즈니의 과거 만화부터 최신 만화까지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만화플랫폼 개발을 위한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왜 굳이 직접 하지 않고 웹툰을 선택했는지 생각해보면, 지난 22년 디즈니가 프랑스에서 런칭한 디즈니 만화 전문 플랫폼, '덕툰(Duck Toon)'을 런칭한 바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는 만화 IP로 여러 시도를 했지만 큰 수확이 없었습니다.
또한 만화분야에서 메인 IP홀더라고 부를 수 있는 마블코믹스와의 연계 역시 부족한 상황입니다. 네이버웹툰은 이번 협력을 통해 3만 5천여편에 달하는 마블, 스타워즈, 디즈니, 픽사, 20세기 스튜디오의 모든 만화IP를 하나의 디지털 구독서비스에서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디즈니 만화 IP를 묶어내는 '디즈니+'와 같은 서비스를 만들게 되는 겁니다.
신규 플랫폼은 웹툰엔터가 개발과 운영을 맡는데, 수십년 간 쌓인 대표작은 물론 디즈니 포트폴리오의 최신작이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웹툰 연재 오리지널 시리즈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또한 세로 스크롤과 페이지만화 형식을 모두 지원한다고 하네요.
이 신규 플랫폼 서비스는 디즈니플러스를 구독하면 주어지는 혜택의 일환으로, 디즈니플러스 구독자라면 추가비용 없이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웹툰 엔터테인먼트와 디즈니는 지난 달 디즈니 프랜차이즈의 대표 작품 약 100편을 세로 스크롤 웹툰으로 선보이는 글로벌 콘텐츠 파트너십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조시 다마로(Josh D’Amaro) 디즈니 익스피리언스(Disney Experiences) 부문 회장은 "마블, 스타워즈, 디즈니, 픽사, 20세기 스튜디오에 걸친 독보적인 만화 컬렉션을 한 곳에 모아 팬들이 사랑하는 이야기들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었다"며 "디지털 만화 분야의 글로벌 리더인 웹툰 엔터테인먼트와의 협력 확대를 통해 새로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팬들과 소통을 더욱 강화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 디지털 만화 플랫폼은 글로벌 배포를 목표로 한다. 일부 작품은 현지화 작업을 거쳐 네이버웹툰이 운영하는 한국어 서비스와 일본어 서비스에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이번 협력과 더불어 양사는 디즈니가 웹툰 엔터테인먼트 지분 2%를 인수하기 위한 비구속적 조건 합의서(non-binding term sheet)도 체결했는데요. 해당 지분 투자와 이번 플랫폼 개발 협력은 양사의 최종 계약 체결과 거래 종결에 필요한 통상적인 절차 완료를 전제로 합니다.
이번 계약의 의미는 말하자면 네이버웹툰이 '작가가 만든 웹툰을 서비스하는' 플랫폼에서 '웹툰이라는 매체 형식' 자체를 서비스의 일환으로 내놓았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서비스의 일환으로 디즈니를 설득했다는데서 큰 의미가 있죠. 말 그대로, 웹툰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하고, 운영하고, 판매하는 노하우 자체가 매출을 발생시키는 상황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웹툰은 '플랫폼'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기업들에게 웹툰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판을 짜는 기업이 될 수 있습니다. 디즈니가 가능하다면, 만화 IP를 가진 다른 업체라고 계약을 맺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는 거죠. 게다가 디지털 세상에서 이렇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네이버웹툰이 내세운 '스토리테크' 기업이라는 이름에도 부합합니다.
또한 일반적인 '콘텐츠 기업'이라면, 상장이 반드시 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작품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번 디즈니와의 플랫폼 개발 제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한 이유에 대한 해명이기도 합니다.
김준구 웹툰 엔터테인먼트 및 네이버웹툰 대표는 "새로 선보일 플랫폼은 우리의 제품・기술 전문성과 디즈니의 방대한 작품들을 결합해 전 세계 팬들에게 디즈니의 전설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발견하고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스토리텔링 유산을 가지고 있는 디즈니와 함께 디지털 만화의 미래를 만들어가게 되어 큰 영광이며, 이번 협력은 우리의 글로벌 사업 성장에 중요한 한 걸음이자, 앞으로 디즈니와 더욱 큰 협력을 이어가기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