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만화를 통해 웹툰을 발전시키는 방법

"출판만화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웹툰의 시대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어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일단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반론이나 출판만화가 근본이라는 등의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이 둘이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출판만화의 문법을 알고, 출판만화 연출을 할 줄 알면 웹툰을 만드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주간연재를 기준으로 출판만화는 16p~18p 분량, 웹툰은 60컷 분량이 일반적인 기준이 된다. 여기에서 웹툰을 페이지로 바꿔보면 대략 12p~14p 분량으로 바꾸어 볼 수 있다.

출판의 단위는 펼침면, 두 페이지를 하나로 붙여놓은 것이 만화를 볼 때의 기본 단위가 된다. 웹툰의 단위는 컷이다. 스마트폰 한 화면에 두 개의 컷이 담기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래의 웹툰은 한 화면에 한 개의 컷이 담기는 것이 기준이 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독자의 행위다. 독자가 페이지를 넘긴다는 행위, 독자가 스크롤을 한다는 행위. 즉, 손가락을 움직인다는 행위를 주목해야만 한다. 출판만화로 따지자면 한 번 손가락을 움직이면 두 페이지를 읽을 수 있게 된다. 웹툰으로 따지자면 한 번 손가락을 움직이면 약 2개의 컷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 행위가 몇 차례 반복되었을 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없다면 독자는 더 손가락을 움직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소위 〈하이라이트 컷〉이라 말하는 장면이다.

독자들은 한 번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주목을 끄는 컷, 하이라이트 컷을 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만화란 스토리 콘텐츠이기 때문에, 모든 장면의 힘이 강하면 오히려 피곤해진다. 어느 정도 만화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만화는 완급 조절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 그게 바로 이 얘기다. 이 완급 조절을 편리하게 규칙화하면, 적게는 3번, 많게는 5~6번 움직였을 때 한 번 정도 하이라이트 컷이 등장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출판만화의 아주 기초적인 규칙들을 살펴보고 가자. 아무래도 출판만화 관련 작법서 등이 많이 등장하고, 현재도 융성한 것은 일본 쪽이므로 불가피하게 일본 만화계의 용어를 조금 사용하도록 하겠다. 단, 한국의 독자들을 위한 글이므로 읽는 방향은 한국식, 왼쪽에서 오른쪽을 기준으로 하여 설명한다.

먼저 살펴볼 것은 〈메쿠리(メクリ)〉와 〈히키(ヒキ)〉라는 개념이다. 책을 펼쳤을 때 첫 번째 컷은 〈메쿠리〉라 하여 독자의 눈을 잡아끌고, 독자를 그 페이지를 마저 읽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컷은 〈히키〉라고 하여, 독자가 기대하며 뒤 페이지로 넘어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히키는 “다음 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며 두근두근하며 페이지를 넘긴다는 행위를 하도록 만들고, 메쿠리를 통해 그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기승전결로 설명하면 히키는 기승전결 중 “전”, 메쿠리는 “결”이 된다. 이렇게 하나의 펼침면이 한 세트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이 메쿠리 중에서도 더 특출나게 강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이 하이라이트 컷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그래서 스윽 보다가 뭔데?(히키) 하며 페이지를 넘기고(행위), 오!(메쿠리) 하는 걸 반복하며 쭉 읽어나가다가 중간중간 오오!(하이라이트 컷) 하며 터진다. 라고 설명할 수 있다. 오! 와 오오! 사이에는 3~4번 정도의 펼침면을 넘기는 행위가 들어간다. 이게 바로 적게는 3번, 많게는 5~6번 움직였을 때 하이라이트 컷이 들어간다는 규칙이다.

이제 이걸 웹툰에 적용해 보자. 구체적인 활용법 설명에 앞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전술했듯 웹툰의 경우 출판만화와 기본 단위가 다르다. 출판만화는 손을 한 번 움직이면 적게는 다섯 컷에서 많게는 14개 정도의 컷까지를 한눈에 볼 수 있지만, 웹툰에서는 컷 하나를 넘어갈 때마다 손을 한 번씩 움직여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출판만화에서 2~3컷에 걸쳐 전개하는 내용을 웹툰에서는 하나로 압축할 필요가 있다. 이 점을 우선 유념하여 다음 내용들을 보자.

앞서 히키는 기대하며 다음 장을 넘기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메쿠리로 그 결과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판만화에서의 페이지를 넘긴다와 웹툰에서의 스크롤을 한다는 같은 무게를 갖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웹툰에서는 독자들의 모든 스크롤에 다음 컷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할 수 없다. 이걸 수치화해서 설명하자면 대략 2~3번 스크롤(4~6컷)을 하면 슬슬 질려가다가, 4~5번 스크롤(약 8~10컷)에서 뭔데?(히키) 하고, 그다음에 오!(메쿠리) 하고 터진다. 라고 설명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앞에서 많게는 5~6번 움직이면 하이라이트 컷이 들어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웹툰에서의 메쿠리는 매우 높은 확률로 하이라이트 컷이 된다.

정리하자면, 출판만화의 경우 한 회차에 3~4개 정도의 하이라이트 컷이 들어가게 되고, 웹툰의 경우 6~7개 정도의 하이라이트 컷이 들어가게 된다. 이상의 내용을 그림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출판 16p, 웹툰 12p를 기준으로 하였다.


다만, 웹툰은 컷 단위로 콘티를 짜기 때문에 이러한 하이라이트 컷의 등장 단위를 계산해서 흐름을 만들기가 조금 까다롭다. 특히 처음부터 스크롤 형태로 콘티를 짜면 더더욱 그러한 편이다. 이때 출판만화에서 사용하는 방법을 갖고 오면 꽤 유용하게 쓸 수 있는데, 바로 〈썸네일 콘티〉라는 것이다.



펼침면을 기준으로 컷의 흐름을 간략하게 배분하고, 그걸 웹툰으로 가져와 컷의 모양새만 웹툰에 맞게 변형하여 콘티를 작성한다. 이렇게 하면 웹툰에서도 편리하게 호흡을 조절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하나 더 다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상황을 설명해주는 소위 〈상황컷〉. 『드래곤볼』의 담당 편집자였던 토리시마 카즈히코가 쓴 『Dr. 마시리토 최강만화술』이라는 책에서는 〈롱 컷〉이라고 설명하는 컷이다. 이 이름들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컷은 카메라를 길게 당겨(줌아웃) 상황을 독자에게 보여주는 컷이다.

먼저 출판만화부터 살펴보자. 권장하는 건 한 페이지에 하나의 상황컷이 들어가는 게 좋지만, 펼침면 하나에 하나의 상황컷이 들어가도록 하는 것도 괜찮다. 어쨌든 독자가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상황컷을 두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독자들이 현재 캐릭터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떠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인간의 뇌는 상당히 빠르게 정보를 휘발시키는 데다가, 사람들은 만화를 휙휙 넘겨보는 경향이 있으므로 한눈에 보이는 범위에서 이 정보를 확인시켜줘야만 한다.

이 내용을 머릿속에 기억해둔 채로 웹툰을 생각해보자. 웹툰은 한눈에 보이는 범위에 하나의 컷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빠르게 정보를 휘발시킨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필연적으로 출판만화에 비해 잦은 빈도수로 상황컷을 등장시킬 필요가 있다. 출판만화에서는 적게는 1페이지에 1상황컷, 못해도 1펼침면에 1상황컷을 권장한다고 하면 웹툰은 적게는 3컷에 1상황컷, 못해도 1페이지분(5~6컷)에 1상황컷이 등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가 “그래서 얘네는 어떤 상황인데?”라는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명심하자. 의문과 혼란은 다른 것이다. 의문은 흥미로 진화할 수 있지만 혼란은 지겨움으로 진화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독자는 혼란에 빠져 이해할 수 없는 만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돌아와서, 상황컷 역시도 전술한 썸네일 콘티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스크롤에 펼쳐놓고 하나하나 컷을 세어가며 생각하는 것보다 한눈에 보이는 모양새로 컷을 펼쳐놓고 생각하는 게 훨씬 편하다.

이처럼 출판만화와 웹툰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둘 다 〈만화〉니까 말이다. 다만 독자의 읽기 방식이 달라지고, 기준 단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출판만화 연출법을 활용하여 웹툰 콘티를 짜는 방법, 즉 썸네일 콘티를 활용하는 방법에 익숙해지면 어느 순간부터는 썸네일 콘티 단계 없이도 바로 스크롤에서 규칙을 지켜 연출할 수 있게 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완성 경험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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