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배경용 스케치업, 어떻게 만들고 써야 할까?

"웹툰 배경용" 스케치업​

웹툰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이제 3D 에셋, 3D 배경 소재라는 단어가 익숙하다. 그만큼 웹툰 제작에 있어 배경 및 소품 작업은 한 땀 한 땀 배경을 그리기보다 3D 에셋을 활용하는 것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3D 에셋을 활용하면 작가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퀄리티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이때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프로그램이 스케치업이다.

스케치업은 본래 건축용 프로그램이다. 건축, 설계용 프로그램이 웹툰 배경 제작용 도구로서 각광받은 이유는 특유의 선 추출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데,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된다면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이번 글에서는 창작자 입장에서 3D 에셋을 잘 활용하기 위해 어떤 점들을 살펴보아야 하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현재 웹툰 2D·3D 에셋으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에이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제작자만 해도 2100명 이상, 사이트 이용자는 15만 명을 넘는다. 등록된 에셋만 3만 개 이상이다. 그럼 이 많은 에셋이 모두 작품에 적합할까? 안타깝게도 답은 “아니오”다. 그렇다면 과연 웹툰을 만들기에 적합한 에셋은 무엇일까, 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웹툰 제작이라는 취지에 맞는 배경을 판매하고, 또 구매하기 위해서는 제작자도 구매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구매자와 제작자 모두 고려해야 할 ‘디테일’

고려해야 할 부분들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결국 '디테일'이다. 우리는 실생활에서 대단히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 작게는 문지방부터 공간 분리에 따른 벽지와 바닥의 변화, 지붕과 벽을 뚫은 다양한 용도의 파이프, 같은 것 하나 없는 풀 한 포기까지. 너무도 사소하여 지나치는 것들이지만 이런 것들이 하나씩 모여서 장면을 자연스럽게, 어색함 없이 어우러지게 만든다. 사소함이 모여 자연스러움을 연출하는 것이다.

스케치업에서 제공하는 인물을 활용, 발에 비하여 재질의 패턴 크기가 너무 크지는 않은지, 계단의 높이는 적절한지 등을 체크하는 모습

그럼 이런 디테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캐릭터가 걸어간다고 생각하고 그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의 예시를 들어보자. 발과 비교하여 적당한 크기로 배치된 바닥 타일, 발이 딛는 계단의 넓이와 높이, 벽지와 바닥 타일의 변경, 바닥의 이음새를 가리면서 바닥의 변경 기준이 되는 문지방, 손을 뻗었을 때 자연스러운 높이에 위치한 손잡이, 문이 열고 닫히는 문틀, 불을 켜고 끄는 스위치 따위가 있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우리가 자연스럽게 행하고 접하는 일상의 자연스러움이다. 따라서 캐릭터에게도 이런 자연스러움이 필요해진다.

걸어가는 것을 생각해보았으니 앉는 것도 생각해보자. 의자, 침대, 평범하게 걸터앉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우리가 편하게 앉는 의자의 엉덩이 받침대 부분의 높이를 알고 있는가? 제품 판매 사이트에 가보면 보통 표기되어 있다. 의자의 엉덩이 받침은 440-480mm 정도, 테이블의 높이는 700-750mm, 침대는 그보다 더 낮은 220-260mm 정도로 설계되어 있다. 캐릭터가 사람을 그림으로 옮긴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경험하는 가구와 비슷한 치수로 제작하는 편이 좋다. 그래야만 만들어진 소품과 그 소품을 사용하는 캐릭터가 비율적으로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의 내용은 사람의 실생활과 비교하여 배경을 만들거나 구매할 시 고려해야 할 ‘어색하지 않아야 하는 디테일’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럼 이제 좀 더 웹툰적, 만화적인 요소를 더하여 보자. 바로 카메라의 화각에 대한 것이다.

스케치업이 기본으로 제공하는 사람 이미지를 활용, 캐릭터를 세워둔 뒤 카메라의 화각을 맞춰보며 가구 사이의 거리를 조정한다.

스케치업의 화각은 1~120도 사이로 설정할 수 있으며, 사람의 시야각과 가장 비슷한 35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서 만화는 역동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해, 의도한 느낌을 내기 위한 연출로 아주 다양한 곳에 카메라의 기준점을 둔다. 즉, 우리의 눈보다 훨씬 다양하고 놀라운 화각을 구사하는 것이다.

상술했듯 배경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눈보다 훨씬 다양한, 말하자면 상상력이 가미되거나 일부러 왜곡된 화각을 적용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위에서 서술했던 대로 실생활 그대로의 공간을 만들면 캐릭터를 배치하고 움직이기에 적절할까? 답은 ‘아니오’다. 그보다는 조금 더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캐릭터의 행동과 그에게 집중되는 독자의 시선을 방해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케치업을 제작할 때는 그 공간에서 어디에 캐릭터가 설 것인지, 그 공간에 카메라를 넣었을 때 어떤 장면을 추출할 수 있는지 종합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활용도 높은 스케치업 에셋을 위한 추가 고려사항

여기까지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일상의 디테일이 어떻게 배경의 자연스러움을 만드는지, 그리고 웹툰 특유의 연출을 위해 고려해야 할 화각과 그에 따른 유의점에 대해서 말해보았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독자가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데 중점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 더해 고려해야 할 것들이 있다. 상술했듯 3D 에셋을 활용하게 된 중점적인 이유는 작가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퀄리티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웹툰 배경용 스케치업을 제작하고, 또 본래 목적에 맞게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디테일을 더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제작자라면 더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이고, 구매자 또한 알아두면 더 활용성 높은 에셋을 변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보통 판매자가 제공하는 위에서 본 이미지. 중심이 되는 중앙 모델을 기준으로 어느 각에서 보더라도 빈 곳이 없도록 주변을 채워넣었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을 유념해야 할까? 첫 번째로,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배경이 끊기거나 비어 보이는 곳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판매되는 3D 에셋은 대부분 위에서 본 전체적인 모양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제공한다. 이때 활용하고자 하는 장면의 위치에 카메라를 두었을 때를 가정해보자. 주변을 쭉 둘러보았을 때 ‘모델이 끊겨 비어 보이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면 좋다는 것이다. 메인 모델 주변을 벗어난 특정 장면에서는 어느 정도 비는 공간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비는 공간이 있다면 그 어색함을 채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수도 있다.

제각각 높이를 다르게 한 나무 2D 에셋. 동일한 높이로 배치했을 때보다 더 자연스럽다.

두 번째로, 자연물은 자연스러운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경험하는 자연은 동일한 것이 단 하나도 없다. 그러나 많은 3D 에셋의 경우 자연물은 한두 가지의 2D 이미지만을 활용하고 있다. 뿌리 없이 기둥만 덩그러니 있는 나무와 크기와 모양이 완벽히 동일한 수풀 등은 어색함을 배가시킨다. 모든 것이 실제 자연처럼 다를 수는 없지만, 몇 가지의 모양을 다양한 크기로 섞는 것만으로도 어색함을 줄이기 위한 몇 번의 작업 과정을 없앨 수 있다.

세 번째로, 파일이 너무 무겁지는 않은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구매자는 다양한 환경에서 3D 에셋을 사용하므로, 모든 환경을 고려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불필요한 렌더링을 줄이도록 최적화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모델을 여러 블록으로 나누어 레이어 기능으로 필요시에만 켜고 끌 수 있게 한다던가 불필요한 선을 지우는 등의 방법이 있다. 여기에 추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재질의 용량’을 관리하는 것이 있다. 멀리서 보았을 때의 이미지와 가까이서 보았을 때의 이미지를 모두 살리는 비결은 ‘재질’이다. 고퀄리티의 재질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어떠한 장면에서도 어울리는 배경이 된다. 다만 이때 너무 퀄리티만을 생각한다면 모델 자체가 불필요하게 무거워지고 만다. 퀄리티와 용량 사이의 적절한 정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네 번째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편의성’이 있다. 이는 위의 기술적인 부분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편의성’이란 곧, 구매자가 필요한 장면을 위해 추가로 해야 하는 작업을 최소로 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장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벽체를 레이어로 분리한다던가, 위에서 보기 편하도록 천장을 반투명한 재질로 하여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던가, 다양한 동적구성요소를 삽입하여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형태를 얻을 수 있게 하는 등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웹툰용 스케치업이 널리 사용되게 된 지는 꽤 시일이 지났다. 그러나 제작자(모델러)와 사용자(작가)의 거리 등으로 인해 사소하지만 중요한 문제들이 상당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포인트는 결국 간단하다. 캐릭터가 배경에 서서 행동할 때, 그 캐릭터 앞에 카메라를 놓았을 때 자연스러운가? 이 점에 집중하면 된다. 제작자도, 사용자도 이 점을 고려하여 배경을 제작하고, 구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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