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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대표 육아 에세이 만화 <매일 엄마>를 둘러싸고 큰 파란이 일었습니다. 작중에도 등장했던 작가의 딸이 모친으로부터 지속적인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받아왔다고 폭로했기 때문인데요. 못생겼다며 초등학생 때 성형수술을 종용하고, 성적인 비하가 담긴 욕설을 하는 등 폭로된 학대 수준도 심각했지만, 화목하게 그려졌던 작중 모습과 달리 실은 딸은 작품에 등장하길 원치 않았다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그리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묵살당했다는 사실은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사이바라 리에코의 <매일 엄마>는 마이니치 신문에 15년간 장기 연재되며 국민적 인기를 누린 유명 작품입니다.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상, 데즈카 오사무상 등 각종 저명한 상을 수상하여 작품성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사이바라 리에코는 데뷔 때부터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녹여낸 작품을 해온 작가였기 때문에 그의 ‘솔직함’에 대한 독자들의 믿음은 남달랐고, 그렇기에 이번 사건이 일으킨 파장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편으로는 일본 사회 전반에 한가지 화두를 던졌습니다. 바로 ‘부모라고 해서 아이의 사생활을 멋대로 공개해도 되는가’에 대한 논의였죠. <매일 엄마>의 히트, 그리고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보편화로 인해 부모들이 인터넷상에 자식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올리는 일이 흔한 일이 되었기 때문에 이 논의는 ‘모두가 생각해 볼 만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셰어런팅, 창작물에서는 어떨까?
인터넷상에 아이의 사진과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이미 이 사건 전에도 있었습니다. 셰어런팅(sharenting)은 공유를 뜻하는 ‘셰어’(share)와 양육을 뜻하는 ‘페어런팅’(parenting)을 합친 말인데요. 인터넷상에 아이를 키우며 벌어지는 일상, 아이의 사진 등을 공유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유니세프 노르웨이위원회는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해 ‘Stop sharenting’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습니다1). 캐나다에서는 부모가 자신의 유아 시절 사진을 페이스북에 10년 넘게 게재했다는 이유로 10대 자식이 부모에게 소송을 건 사례도 있었고요2). 프랑스와 베트남 등 셰어런팅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나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매일 엄마> 사건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논점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창작물에서 자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것이죠. 이런 논지에서는 한국의 웹툰도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도 부모인 작가가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경험을 풀어낸 육아 에세이 만화가 여럿 있으니까요. 웹툰 초창기 시절부터 네이버에는 <일상날개짓>, 다음에는 <어쿠스틱 라이프> 같은 대표적인 육아 웹툰이 있었고, 현재도 <열무와 알타리>, <나의 꼬마선생님> 등 다양한 육아 웹툰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육아 웹툰은 일상툰과 많이 맞닿아 있는 만큼, 일상툰이 많은 인스타그램에는 ‘#육아툰’이라는 해시태그로 올라온 게시글이 8만 4천건에 달합니다.
<매일 엄마>의 사례가 보여줬듯, 창작물에서도 자녀의 개인정보나 사생활을 동의없이 과도하게 노출시키면 자녀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창작물을 소셜미디어에 아이의 사진을 올리는 것과 똑같이 볼 수는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창작물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지 않고 각색을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만화는 디테일을 생략하고 특정 요소만 강조하는 ‘카툰화’ 그림이 특징이기 때문에 실제 인물과 더욱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만화는 그림만으로 구성되어있지 않습니다. <매일 엄마> 사건에서도 ‘그림’이 논점이 아니었던 것처럼요. 그렇기에 실제로 육아 만화를 그리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아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신경씁니다. 작중 캐릭터 이름을 실명이 아닌 필명으로 한다거나,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오로지 작품 안에서만 한다거나, 사진을 올리더라도 얼굴은 안 보이게 하는 식입니다. 또한 아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창작 요소를 섞거나, 아예 실화 기반이 아니라고 못박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님을 기억하기
자식을 낳고 키운다는 것은 많은 노고를 동반하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을 느껴보게 하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육아는 부모에게 영감을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죠. 이 때 만든 창작물은 과연 온전히 부모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창작물로 수익이 생긴다면 아이는 그에 대한 수익 배분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며 아이는 부모와 독립된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일 겁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허락없이 다른 사람의 창작물에 쓰이는 것을 반길 사람이 없는 것처럼, 아이 역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이번 <매일 엄마> 사건이 자식과 가족 이야기를 그리는 창작자들을 위축시키는 계기가 아니라, 다시 한번 더 아이에 대해 생각하고 자식의 의사를 존중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1) 조희경, “SNS에 내 아이 사진 올렸다고…쇠고랑 찬 佛부모, 무슨 일 [더오래]” , 『더중앙』, 21.12.20.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33782
2) 박순봉, “내 아이 사진 올리는데 뭐 어때? 초상권, 해외선 다르다”, 『경향신문』, 19.02.06.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902061026001#c2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