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따라 오락가락 수수료... 애플의 '변덕규' 하기

에디터가 모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한 콘텐츠(출처=에디터 작성)
애플의 수수료 정책에 대해서는 에디터가 지난 수년간 수도없이 이야기 해왔습니다. 구글은 그나마 한국 기업들과 대화라도 하는데, 애플은 아예 정부조차 만나기 어렵다는 말도 들립니다. 그런데 애플이 '강한 규제에 약하고, 약한 규제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에디터는 애플이 글로벌 기업이라고 주장하지만, 각국의 기준에 맞춰서 '어디까지가 반칙인지' 선을 긋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강한 규제에는 낮은 수수료, 약한 규제에는 높은 수수료
글로벌 주요 지역에서 애플이 수수료를 어떻게 부과하고 있는지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일단 한국에서는 2021년,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구글갑질방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은 앱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시스템 강제를 할 수 없도록, 즉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첫번째 법안이다보니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지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과 애플 모두가 꼼수를 부렸습니다. 인앱결제 표준 수수료는 30%로 그대로 두고, 100만달러 미만 사업자에게는 수수료를 깎아주겠다고 했죠. 다만 구글이나 애플의 결제시스템이 아닌 인앱에서 '다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만 허용해주고 거기서는 26%의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인앱결제 금지를 요구하면서 예상했던 외부 링크 연결이나 별도의 앱스토어 설치 등은 애플은 아직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에픽게임즈와 애플이 소송을 벌여서 많은 것이 바뀔 것으로 기대했지만, 우리나라와 거의 비슷한,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보다 나쁜 상황입니다. 수수료율만 따지면 우리나라와 거의 같죠.
하지만 '가장 강한 규제책'으로 평가받는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이 적용되는 EU 국가, 그리고 디지털시장법 이후 만들어진 일본의 MSCA 규제를 보면 '강하게 규제하면 강하게 반응한다'는 전략이 바로 나타납니다. 일단 두 지역에서는 표준 수수료가 26%로 낮습니다.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100만달러 미만 사업자 수수료율은 15%로 같고, 인앱 제3자 결제, 즉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의 제3자 결제 수수료율은 유럽이 모듈형으로 17~20%, 일본은 21%입니다. 외부 링크 연결을 제공하는 경우에도 EU는 17~20%, 일본은 15% 내외로 가장 낮습니다. 심지어 유럽과 일본에서는 외부 앱스토어까지 모두 허용됩니다.
* 애플의 '변덕규' 하기

⟨슬램덩크⟩ 신장판 12권 중에서 (에디터 직접 캡처)
에디터는 이것을 '변덕규 하기'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슬램덩크⟩에서 북산과 능남전을 그린 12권(신장판 기준)을 보면 변덕규는 4개의 반칙으로 퇴장 위기에 처하지만, 채치수와 비교당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팀플레이어로 각성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변덕규는 파울에 가까운 플레이를 하지만, 심판은 호각을 불지 않습니다. '여기까지는 파울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플레이인 거죠.
규제는 심판입니다. 이걸 넘어가면 파울이라고 선을 긋는 거죠. 애플은 그 선 바로 앞에, 선이 흐릿한 지점에서는 넘어오기까지 하면서 '이것까지는 파울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듯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에서는 30% 수수료를 물고, 다른 결제에는 26%~27%의 수수료를 물어도 '합법' 이니까요. 유럽에서는 '그러면 안 되니까' 낮은 수수료율을, 일본에서도 '그랬다간 큰일 나니까' 더 낮은 수수료율을 제공합니다.
법이 모두 다 잡아두지 못하는, '이렇게 유도해야겠다'고 설정한 값들을 무시하면서 '이건 파울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는 거죠. 법을 통한 규제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건 바로 이런 지점 때문입니다. 모든 곳에 경계를 설정할수도 없거니와, 경계를 설정하면 바로 그 경계 직전까지는 합법이라고 인정해주는 꼴이니까요.
애플은 한국과 미국에서 법이 채 다루지 못한 '인앱 제 3자 결제' 라는 꼼수를 만들었습니다. 인앱에서 이루어지긴 하니까 애플의 허락을 받은 곳들만 결제를 제공할 수 있고, 허락을 받으려면 한국에선 26%, 미국에선 27%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도록 요구하고 있는 거죠.
그럼 이게 왜 '변덕규 하기'냐, 애플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처음에는 '절반 수준의 수수료'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5년동안 야금야금 수수료율을 올렸고, 이제는 거의 최대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업체 입장에선 26% 수수료율에 카드 수수료 등을 더하면 사실상 30% 수수료나 다름없는, '총매출의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낼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반칙이야? 여기는 반칙 아니지? 그럼 이건 어때? 여기는? 하면서 선의 한계까지 시험하는 방식입니다. 변덕규는 페어플레이를 했지만, 애플은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애초에 법의 취지는 그게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그 이후에 달라진 것을 굳이 찾아보라면 웹툰에서는 예전에는 아예 쿠키나 캐쉬가 iOS 용과 안드로이드/PC용이 따로 충전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통합되었다는 것 정도일까요. 사실 이것도 1개당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회계상에서는 별도로 처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할까
문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법을 수정할수는 있지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미국기업 대상 규제가 불공정하다"고 시비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DMA나 일본의 MSCA 수준으로 법을 수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놔두기도 어렵습니다. 시장이 고속성장할 때는 '그래도 성장하니까', '매출이 크니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시장의 성장성이 꺾인 다음에는 30%나 되는 수수료는 기존보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는 협상을 하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애플이나 구글은 아예 협상 테이블에 와서 앉지도, 고객사에 해당하는 국내 기업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창구도 만들어두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급선무가 되는 건, 논의 테이블에 와서 앉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겁니다. 이걸 법으로 강제할 것인지, 아니면 제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시간입니다.
사실, 기업이 국가보다 커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해결책도 뾰족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국내 정식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사례처럼 운영한다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종료하고 '한국어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 타격은 한국에 더 큰 상황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국에 세금을 낼 이유도 없고, 고용을 유지할 이유도 사라지니까요. 현실성은 낮지만,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미 존재합니다.
'변덕규 하기'를 멈추게 하려면, '퇴장당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합니다. 변덕규가 파울의 선을 긋고 있었던 건 '5개의 반칙이 쌓이면 퇴장'이라는 규칙 때문이니까요. 기업이 선을 타는 시도를 하는 것 자체는 문제삼기 어렵지만, 모호한 영역에서 선을 넘어오는 것이 '안된다'는 시그널이 있어야 할 겁니다. 물론 그것만 있어서도 곤란합니다. 그런데 이건, 콘텐츠 업계가 아니라 정부의 영역이어서 정부와의 논의와 협상이 우선되어야 할 겁니다.
이렇게 선을 넘어오려는 시도를 막으려면, 민간의 대응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웹툰업계 하나만의 목소리로도 부족합니다. 다양한 콘텐츠 업계가 모여서 일단 우리나라 정부와 일관된 의견을 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벌써 법이 만들어진지 5년이지만, 대응은 이제 시작입니다. 애플의 '변덕규 하기'를 멈출 방법, 우리나라에서도 '그러면 안된다'는 신호를 어떻게 낼지, 이제 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