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주에서 독립만화! "몽치프로젝트" (권혁주, 최진서, 한지선)


‘몽치 프로젝트’는 국립공주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부 학생들과 독립만화사 SideB(사이드비)가 협력하여 만들어내는 만화 출판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는 현재(2026년 6월)까지 총 7번의 출판을 진행했으며, 앤솔로지 주제는 회마다 변화해왔다.

만화는 비교적 다른 매체에 비해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난다고 여겨지지만, 물리적 맥락에서는 양상이 매우 달라진다. 한국에서 공간이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전부 메울 수 없는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만화에도 극심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불균형한 상황 속에서 독립만화를 통해 비수도권을 적극적으로 조명하려는 ‘몽치프로젝트’는 주목할 만하다. 뾰로롱은 ‘몽치 프로젝트’에 관해서 국립공주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 학부 학생 작가들과 권혁주 교수를 만나 인터뷰했다.


Q1. ‘몽치 프로젝트’는 언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인가요?

권혁주 : 2021년 코로나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성인수 대표님과 이재민 평론가님이 먼저 ‘단편 만화 작업을 공주대 학생들이랑 같이해 보고 싶다’라고 제안을 주셨어요. 저는 너무 감사했죠. 직접 공주까지 오셔서 전체적인 가이드도 해주시고, 학생들 콘티도 하나하나 직접 피드백 해주시면서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근데 마침 공주대 만화애니메이션학부 마스코트 이름이 '몽치'(夢治)였거든요. "꿈을 다스린다"라는 뜻으로 무한한 꿈을 품고 있는 학생들을 뜻하는데요. 그래서 이름이 '몽치 프로젝트'가 됐어요. 당시에는 어떻게 보면 학과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이드비의 프로젝트였던 거죠. 저는 학생들을 이어 주는 역할이었고요

뾰로롱 : 그렇다면 그게 어느 순간부터 학과 행사처럼 여겨졌나요?

권혁주 : 아마 4기때 공주시와 함께 '공주'를 주제로 만화를 제작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학생들과 함께 1박2일 워크숍도 하면서 좀 더 학과 행사처럼 자리 잡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7기 하만전에 '공주대학생들'이란 이름으로 참여하면서 진짜 우리 학과 행사로 자리 잡게 된 것 같아요.

뾰로롱 : 그중에서 어떤 작품들은 발표가 되고 어떤 작품들은 되지 않는 선정 기준 같은 게 있을까요?

권혁주 : 1기때부터 완성된 원고를 포스타입에 업로드하고 있는데요. 6기까지는 참여한 모든 학생이 작품을 업로드했어요. 그런데 7기부터는 새로운 변수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이번에 '만화공업단지'에서 나오는 매거진에 작품을 싣기로 한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은 포스타입에 올리지 않게 된 거죠. 그밖에 특별한 기준은 없어요. 느슨하게 진행되는 프로젝트입니다.

뾰로롱 : 어찌 됐든 ‘만화사(회사)’가 붙어 있는 프로젝트니까, 수익화 전략 같은 것도 있을 줄 알았어요.

권혁주 : 간혹 공주시가 함께 진행할 때는 학생들에게 원고료를 지급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런 예산이 없을 때도 그냥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런 점에서는 성인수 대표님의 뚝심이 크게 작용했어요. 대표님은 항상 '작가를 키우는 게 목적'이라고 하셨어요. 길게 보시는 거죠. 저도 처음에는 대표님이 하시는 대로 간섭을 최소화했지만, 지금은 제가 관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몽치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정식 작가로 데뷔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같은 느낌이 있어요. 규모가 크진 않지만, 독립만화 시장도 엄연한 시장이고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독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2. 저희가 인터뷰를 다니면서 계속 질문하는 게 있는데, 교수님이 생각했을 때 ’독립만화’란 무엇인가요?

권혁주 : 예전에 성인수 대표님, 이재민 평론가님과 함께 팟캐스트(독립만화와 아트코믹스)를 녹음한 적이 있었어요. 딱 그 주제로. '독립만화란 뭘까?' 그때 저희가 팟캐스트에서 내린 결론은 이거였어요. 진실한 만화. 다시 말해서 자기 언어를 지키는 만화, 즉 진실한 만화를 독립만화로 정의한다는 게 2021년 그 당시에 저희끼리 내린 결론이었어요. 근데 그 이후로 시간이 좀 지났잖아요. 지금 다시 그 질문에 답을 약간 업데이트하자면, 만화의 새로운 대안 시장으로 보고 있어요.

웹툰으로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있거든요. 디지털화의 끝단으로 가니까, 반대로 Y2K 감성이 뜨는 것처럼. 이제는 완전한 오프라인, 수작업 느낌의 작업이 주목받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진실한 만화'를 추구하되, 좀 더 열려 있는 만화. 어떤 의미에서는 인공지능의 반작용처럼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뾰로롱 : 간혹 웹툰에서 좋은 연출뿐만 아니라, 작가 개인의 뚜렷한 방향성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렇게 웹툰이 진실한 언어를 잘 가지고 있는 가운데, 페이지/출판/독립만화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이 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권혁주 : 분명히 그런 변화가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네이버 웹툰 관계자분들과 미팅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몇몇 교수님들께서 '페이지 형식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이게 단순히 그분들의 취향인 게 아니라 최근에 들려오는 학생들의 요구가 있더라는 거죠. '페이지로 그릴 수 있게 해달라!’ 그러니까 스크롤 연출로만 그리는 것에 대한 답답함과, '페이지 뷰가 기술적으로 가능한데 왜 안 해주냐?' 하는 반응이 있더라구요. 그러니까 단행본 형태로 유통되는 출판만화가 아니라 레이아웃으로서의 만화, 페이지 형식을 좀 더 매력적인 요소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 아요.

Q3. 교수님이 ’배웠던 만화’와 ‘가르치는 만화‘는 무엇이 다른가요?

권혁주 : 사실 저는 만화학과 출신은 아니에요. 만화를 그냥 현장에서 배웠어요. 제가 지금도 작가분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웹툰포럼'에서 만화를 배웠어요. 2008년부터 시작해서 제가 궁금한 것들을 답해줄 수 있는 작가들에게 직접 물어봐 가면서 배웠어요. 근데 신기한 것은, 제가 궁금해하는 건 다른 작가들도 다들 궁금해하더라고요. 지금도 제가 웹툰포럼을 진행하면서 잃지 않으려는 감각이죠. 지금 내가 궁금한 걸 물어봐야지, 학생들이 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초청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이미 지나간 주제일 확률이 높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가 배운 것을 가르치려고 한다기보다는 그냥 계속 궁금한 것들을 배우고, 배운 것을 응용하면서 전달하는 것 같아요.

뾰로롱 : 그럼 교수님 원래 전공은 무엇이었나요?

권혁주 : 전 철학 전공이었어요. 원래 영화를 하고 싶어서 전공했죠. 근데 당시에는 쉽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지만, 만화는 혼자서 할 수 있어서 만화를 먼저 시작했어요. 근데 하다 보니까 잘 맞아서 계속하게 된 거예요.

뾰로롱 : 그럼 학생들에게 ‘이것만큼은 봐라.’ 하는 영화가 있으실까요?

권혁주 : 저는 그냥 ‘최신 영화 보라’고 해요. 뭔가 저는 재밌게 봤는데 누군가에게는 옛날 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게 싫어요. 그게 꼭 보라고 했는데, 찾을 수도 없고 그런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요즘에 인기 있는 ⟨살목지⟩같은 거 봐라.(라고 하죠) 자기 경험에 갇히다 보면 약간 그렇게 될 수 있잖아요, 그게 좀 조심스러운 것도 있어요.

Q4. 모두에게 드리는 질문입니다. 보통은 웹툰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시대인데, 왜 출판 만화를 하시는 건가요?

한지선(학생) : 전 욕심이 되게 많은 사람인데, 사람마다 맞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욕심이 너무 많아서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그걸 내가 말로 표현하기에는 그것마저도 너무 부족하고, 웹툰을 하기에는 일주일의 연재 기간을 못 참는 거예요. 꽁꽁 숨기지를 못하니까 ‘그냥 내가 다 방출하고 싶다’ 할 때 출판 만화의 형식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뾰로롱 : 방출하고 싶은 이야기는 뭘까요?

한지선 : 저라는 사람을 처음 알았을 때, 혹은 저를 모르다가 ‘너는 이런 사람인 것 같아‘ 하는 얘기를 딱 들었을 때 억울한 심정이 살짝 들거든요. 제가 생각했던 저의 모습과 타인이 생각하고 보고 느꼈던 저의 모습이 다르다고 할 때, 이질감에서 비롯되는 충동이 와요. 그런데 그 충동이 저한테는 그렇게 예쁘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이걸 어떻게든 잘 승화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만화속에서 예쁘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최진서(학생) : 출판 만화의 형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애초에 저는 웹툰을 하든 뭘 하든 내가 이걸로 돈을 벌겠다든가, 뭘 이루겠다는 큰 기대가 없어요. 그래서 그냥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출판 만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뾰로롱 : 아까와 동일한 질문인데, 만화를 통해서는 무엇을 제일 분출하고 싶으신가요?

최진서 : 이야기하고 싶은 바를 찾기보다는 그때그때 생각나는 걸 그린 다음에 ‘이것끼리 모아놓으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은 것들을 모아 단편집처럼 만들고 있어요. 대부분은 그냥 단상들이지만,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는 느낌의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아요.

Q5. 몽치 프로젝트에 참여하시면서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한지선 : 항상 ’웹툰’, ‘만화’라고 하면 칸도 있고 말풍선도 있고, 그 안에 글도 있고 그림도 있어야 그게 만화지, 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학과에서 교수님께 배움을 받고, 여러 경험을 하면서 ‘만화는 어떤 형식이든 기호적으로만 풀어내기만 하면 그것 또한 어떻게든 만화가 될 수 있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권혁주 : (한지선 학생은)졸업 작품으로 풍물패 이야기를 했어요. 근데 온갖 악기 소리를 다양한 기호로만 표현하더라고요.

한지선 : 기호로 접근하는 것도 학교에서 배웠어요. 교수님께서 ’만화는 기호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소리 부호도, 글자도 뭐든 다 기호이기 때문에 내가 기호를 통용해서 뭔가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그 또한 만화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최진서 : 그냥 생각이 좀 가벼워진 것 같아요. 말씀드린 것 처럼, ‘재밌는 만화를 그려야겠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뭔가를 해서 인기를 얻어보자‘, 아니면 ’내 책 갖다 파니까 돈을 벌어보자’. 이런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닌데… 막상 북페어 현장에도 다녀와 보고 하니 좀 가볍게 생각해도 되는 거였고, 내가 이걸로 뭔가를 이루려고 할 수록 오히려 더 안 될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지금은 정말 나 재밌는 거, 내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좀 모호하더라도 해 보자, 그런 생각이 좀 생긴 것 같아요.

Q6. 앞으로 ‘몽치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실 거잖아요. 단기적으로 좋고 장기적으로도 좋으니 계획하고 계신 바가 있을까요?

권혁주 : 사실 지금의 몽치 프로젝트는 엄밀히 말하면, 학과 행사는 아니에요. 그냥 거의 동아리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정도거든요. 그런데 장기적으로는 몽치프로젝트를 우리 학교 커리큘럼 안에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이긴 해요. 어쩌면 '마이크로 디그리 (Micro Degree)' 같은 시스템 안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여러 측면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뾰로롱 : 공주시가 제작 참여했고, 공주 배경으로 제작됐던 몽치프로젝트 4호는 어쩌다 연결이 된 걸까요?

권혁주 : 공주시에서 '공주시를 알리는 홍보만화를 해 보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서 몽치 프로젝트로 연결해서 진행했죠. 제가 늘 아쉬웠던 게, 우리 공주대 학생들은 원도심 쪽으로 잘 안 가요. 늘 신관동(학교 주변)에만 머물다가 졸업하는 거죠. 근데 막상 사람들은 '공주'하면 떠올리는 게 공산성, 무령왕릉, 한옥마을, 제민천 같은 거잖아요. 근데 우리 학생들이 그쪽은 전혀 모르는 거예요. 그게 늘 좀 안타까웠는데, 이런 기회가 있을 때 일부러 하숙마을도 데리고 가 보고, 거기서 1박2일 워크숍도 했죠. 이번 몽치 프로젝트 8기에도 공주를 테마로 공주시에서부터 제안이 와서 진행하고 있어요.

Q7.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앞으로 기대하는 방향은 있으실까요?

최진서 : 학교도 그렇고 작업을 하면서도 그렇고, 계속 생각하는 건 ‘만화 그리는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예요. 자기가 생각하는 좋은 만화라든가, 좋은 스토리 같은 게 확실하게 있어서 그것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애초에 완벽한 건 없고 완벽해질 수도 없는 거니까 그냥 좋아하는 거, 웃길 것 같은 거 대충 짧게 낙서처럼 그려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만화를 가볍게 여겼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있어요.

한지선 : 전 질문지 초안을 보고 만화 시장의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어요.

뾰로롱 : 그것에 대해서 답변해주셔도 괜찮아요! 시장의 방향에 대해서는 너무 방대한 질문이라 개인적인 방향성으로 수정해서 물어본 거였어요.

한지선 : 사실 만화를 택하게 된 게, 어릴 때는 그림이 좋아서고 나중에 커서는 ’내가 뭘 얘기할까‘에 대해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근데 그냥 완전 초심으로 돌아가서 ‘내가 왜 만화를 하고 싶었지?‘ 라고 생각해 본다면 그게 정말 즐거워서 시작했던 거예요. 물론 전공으로 가면 다 즐거울 순 없겠지만, 각자마다 추구하는 완성도가 다 다르잖아요.

나는 이 정도만큼 해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마무리지을 수 있어, 그 정도의 선이 있는데 일주일의 연재 기간을 보편적으로 잡기에는 어떤 작가에게는 길고 어떤 작가에게는 너무 짧다는 거죠. 그래서 시장에서 작가가 원하는 완성도에 따라서 그 기한을 자율적으로 맞춰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요즘 들어 일주일 연재나 격주 연재 등, 다양한 방식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그 작용이 조금더 적극적으로 생기면 좋지 않을까? 해요. 그러면 작품의 퀄리티도 더 올라가고, 다양성도 그 시장에서 더 형성되지 않을까요?

뾰로롱 : 이건 추가 질문인데요, 출판만화도 하시고 웹툰을 하면서 양쪽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각각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한지선 : 각각의 매력이요? 사실 웹툰 같은 경우에는 필름을 세로로 붙인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수직으로 움직이면서 화면 안에서 변화하는 걸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긴 연출을 멋있게 구현하는 게 가능해서 그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요, 출판 만화 같은 경우에는 양 페이지를 다 쓸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웹툰보다는 출판 만화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 게 더 많아요. 독자가 능동적으로 시선의 흐름을 제어하기 때문에 말풍선 배치를 할 때 등… 작가로서 계산을 더 많이 하게 돼서 더 매력있는 것 같아요.

Q8. 몽치 프로젝트는 웹에 업로드하기 때문에 웹툰 형식이 더 편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출판 만화 형식으로 계속 하시는 이유가 있는지, 형식을 섞어서 해볼 생각도 있으신지 궁금해요.

권혁주 : 저는 책이 갖고 있는 물성이라는 게 되게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종이잖아요? 만화가 좀 더 고급스러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지금은 사실 웹으로도 볼 수 있는 걸 굳이 인쇄해서 보는 느낌인데, 저는 독립만화가 나가야 할 방향은 '이건 꼭 인쇄본으로 봐야 하는 느낌이야' 하는 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만화를 손에 쥘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해요. 병풍식으로 보는 만화라든가. 형식을 가지고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출판 쪽이 좀 더 무궁무진하니까요. 그런 면에서는 앞으로도 시도해 볼 것이 되게 많은 시장이라고 생각해요.

Q9. 지방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만화가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가 궁금해요.

권혁주 : 사실 지방을 거점으로 한다는 말 자체가 어폐가 있어요. 지방은 지금 거점이 아니거든요. 서울만이 유일한 거점이죠. 지방은 그냥 다 지방이거든요. 서울로부터 1시간 거리의 지방, 서울로부터 2시간 거리의 지방… 너무 서울 중심이고, 오히려 지방에서 지방으로 이동할 때는 너무 불편해요. 가령 거리상으로는 공주에서 세종 또는 대전은 분명히 가까운 거리인데,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변화가 필요하긴 하죠.

뾰로롱 : 그럼 공주에 사시면서 만화로 표현하고 싶은 바가 달라졌거나, 생겼다면 어떤 것일지 궁금해요. 저희는 그냥 딱 봤을 때 ‘자연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거든요.

권혁주 : 그런 건 있죠. 서울에선 느낄 수 없었던 사계절 같은 것… 저는 특히 시골에 살아요. 그래서 계절이 너무나 고해상도로 느껴지죠. 만화 스토리나 이런 쪽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방향성에는 영향을 좀 주는 것 같긴 해요.

최진서 : 제가 대전에 살고 있는데, 대전이랑 공주가 되게 느낌이 비슷해요. 조용하고 고즈넉한 느낌. 급하게 막 등을 떠밀려보거나 그런 경우도 많이 없다 보니 그런 게 전체적인 스탠스에 반영되는 게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아요. 지역에 어떤 힘이 있다기보다는, 제가 여기서 지내거나 대전에 살면서도 좋은 일 나쁜 일 많이 생기잖아요. 그런 식으로 지역을 내 맥락에 맞게 해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이런 일이 있었으니까 여기는 이런 것처럼 느껴지고, 그게 또 만화에 들어간 게 아닌가…

한지선 : 공주가 보시다시피, 건물이 되게 낮잖아요. 아마 문화재 때문에 그걸 가리면 안 돼서 다 낮게 짓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지역적 특색 자체가 낮은 건물에, 한옥 사업도 해서 볼거리도 많고 전반적으로 예쁘고 서정적이에요. 저는 예전에 울산에 있는 만화 학교를 나왔는데 부산이든 울산이든 건물이 되게 높아서 답답한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그 때는 사람도 작품도 좀 파괴적이었어요. ’다 없애버리겠다!’ 이거였는데 여기에 오니까 평안을 찾았는지, 작품이 서정적이게 되고 ‘난 나를 찾을 거야’ 하는 내용으로 변했죠.

Q10. 몽치 프로젝트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최진서 : 재밌을 것 같아서요. 작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저는 뭔가 큰 뜻을 가지고 움직이고 싶지 않아요. 이번에도 만화로 그려보면 재밌을 것 같은 얘기가 좀 생각이 나는 것 같은데, 혼자서는 안 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최소한의 리미트로 언제까지는 해야 한다는 것을 딱 정하려고 신청했어요.

뾰로롱 : 그럼 몽치프로젝트의 개인적인 목표는 작품 완성일까요?


최진서 : 비슷한데요, 일단 가장 중요한 건 편한 마음으로 하는 거고 그 다음으로는 도망치지 않는 거죠. 기대에 못 미치거나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아도 끝까지 해서 일단 책을 내자. 만약 아프거나 불가피한 이유로 중단해야 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이 정도로만 잡았어요.

한지선 : 전 사실 권교수님께서 기회를 주신 거예요. 지난번엔 끝까지 다 못 했거든요. 이번에는 만회한다는 개념으로 신청하게 됐어요. 교수님께서는 학과 프로젝트의 개념이 된 게 얼마 안 됐다고 하셨지만 저희한테는 대대적으로 학과 프로젝트의 느낌이었거든요. 완전 마스코트 같은 프로젝트. 근데 그걸 내가 다시 할 수 있다고? 하는 점에서 ’저 무조건 할래요!‘ 한 거고,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드리자면 아까도 말했듯이 ’이번엔 꼭 완성해서 만회를 하자‘.

그리고 대학교 1학년 때 강의해 주신 교수님께서 강의하시다가 중간에 새어 나온 말씀이 있는데, “만화를 하는 건 내 생명을 내어주는 것과 같아, 얘들아.” 라고 하시는 거예요. 만화를 안 해 보신 분들은 ’무슨 생명까지 내어다 줘?’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만화를 만들 때 진짜 생명을 내어줄 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쓰는 것 같아요. 근데 이왕 에너지를 쓰는 거, 진짜 내가 온 순간 만화에 신경을 쓰면서 제대로 된 것을 한 번 완성해 보자, 이게 목표였어요.

Q11. 마지막 질문입니다. 만화인으로서 뾰로롱 같은 잡지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최진서 : 첫 번째는 잘 됐으면 좋겠네요. 둘째로는, 제가 계속 ‘만화를 쉽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하고, 교수님도 ’만화가 좀 더 고급진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러려면 만화 자체가 굉장히 흔하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화를 그리고 싶었거나, 만화에 관심있는 사람이 만화에 접근하는 게 훨씬 용이해지는 창구 같은 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혁주 : 전 뾰로롱이 한국만화의 산업구조 안에서 분명히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하나의 역할, 포지션을 잡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리겠죠. 하지만 오래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뭘 도와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옆 집에 새로운 가게가 생겼는데, '저거 잘 돼야 하는데. 그래야 이 상권이 살아나는데.' 저 집도 좀 잘 돼서 여기 사람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어, 그런 느낌이에요.

한지선 : 전 보통 교수님을 찾아가서 길면 1시간씩 붙잡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한 번 뵈면 계속 호기심에 질문을 엄청 해요. 근데 그 질문거리들이 보통은 다 만화를 어떻게 그리면 잘 될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다른 작가들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등이에요. 근데 여기(뾰로롱)에는 다 있는 거예요. 그래서 조금 더 제가 계속 붙잡고 볼 수 있는 매거진이 오래오래 장기적으로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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