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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생각하길 어떤 신분적 제약에서 벗어난 존재라면 하고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사람처럼 여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왕은 조정 대신들에 의해 수없이 많은 제약을 받았다. 우리가 사극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되는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하는 말로 왕을 멈춰세우는 선비들과, 조선 중기 이후의 붕당정치를 생각해보면 왕도 그리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 왕후는 어땠을까?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왕후는 가장 높은 지위에서, 왕과 거의 동일한 존경과 예우를 받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약되는 것이 아주 많았다. 내명부의 수장이자 왕의 가장 가까운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긴 어려웠다.
크리티 작가가 글을 쓰고, 박애 작가가 그림을 그린 <여고생왕후>는 가상의 조선에서 왕후라는, 누군가에겐 바랄 것 없는 높은 신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살고 있던 시절이 좁았던 호걸, 청하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픈 오빠를 대신해 나간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울 정도로 전술에도 능했던, 왕후보다 장군이 어울렸던 청하를 품기엔, 조선이라는 시대는 너무 좁았다. 그래서였을까? 작품 속에서 청하는 죽음의 순간, 대한민국에서 따돌림과 폭력을 당하던 고등학생 박다진으로 깨어난다.
<여고생왕후>는 세상이 좁았던 청하와, 세상이 너무 무거웠던 다진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흔한 빙의물이 보여주는 이세계로 떠난 현대인이 아니라, 시대가 좁았기에 오히려 현대에 어울렸던 호걸 청하가 보여주는 액션 활극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 작품을 ‘장르’로만 설명하면 빙의물에 학원액션이 가미된 장르다. 장르의 틀로 보면 뻔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주인공으로 ‘왕후’를 놓으면서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앞으로 이 작품이 보여줄 이야기가 기대되는 건, 바로 ‘보던 것을 새롭게 비튼’ 시각 때문이다. 바로 그 시각을 즐기기 위해, 부디 이 작품을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기를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