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만든 앤트로픽, 작가들에게 15억달러 배상


앤트로픽과 클로드 로고(앤트로픽 제공)

인공지능 서비스 '클로드'를 운영하는 앤트로픽이 역사상 최대규모인 15억달러(약 2조 2천억원)에 달하는 합의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법원의 최종 승인을 얻었습니다.

현지시간 20일 로이터통신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의 아라셀리 마르티네스-올긴 판사가 앤트로픽과 저작권 침해를 받은 작가들이 합의한 15억달러 규모의 집단소송 합의안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미국 저작권 소송 역사상 가장 큰 금액입니다.

앤트로픽은 클로드를 학습시킬 때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작가들은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저작권 위반 판단이 나온 건 불법복제 데이터였습니다. 법원은 앤트로픽이 AI 학습에 실제로 사용되지 않을수도 있는 700만권 이상의 불법복제 도서를 중앙 라이브러리 형태로 보관한 행위 자체가 저작권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학습에 사용되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중앙 라이브러리에 불법복제 데이터를 수집, 보관한 것 만으로도 저작권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겁니다. 애초에 불법 데이터는 모으지도, 보관하지도 말라는 경고에 가깝게 들립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무단 학습과 보관행위 자체가 저작권법상 '복제'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저작권법상 복제로 볼 수 있다면 작가들이 클로드에 이용허락을 한 적이 없으니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거였는데, 앤트로픽이 해적판 학습과 보관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한편으론 신규 진입 기업들에게 장벽을 세우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읽을수도 있습니다. 이미 학습한 것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자신들은 비교적 싼 값에 데이터를 활용했다고 보고 오히려 다른 기업들이 새롭게 학습할 땐 더 많은 비용을 쓰도록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는 속담처럼, 앞으로 나올 판결들의 합의금은 최소한 이것보단 높게 잡힐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소송을 이어가기보다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합의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가로 가장 싸게 막았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또, 앤트로픽은 'AI 학습에 데이터를 이용하는건 공정이용'이라는 판결까지 얻어냈죠.

실제로 이번 소송에서 합의가 아니라 손해배상 소송으로 가면 15억달러보다 훨씬 큰 수천억달러대의 보상이 이뤄질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 만큼, '싸게 막았다'고 볼 여지는 충분합니다.

재미있는 건 정작 '학습'에 이용된 데이터는 마치 인간이 학습하듯 원본을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하는게 아니라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에 합법적인 데이터라면 공정이용이 맞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데이터를 구매하거나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 학습에 이용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고, 학습 데이터를 취득하는 과정이 합법적이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음악 생성 AI 수노(SUNO)는 유튜브를 통해 불법 유통 음원을 학습했다는 의혹을 받아 소송을 제기당한 상태고, 이 외에도 불법유통 데이터를 학습했다는 것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정황상 불법유통 데이터를 학습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공지능 서비스는 많습니다. 이 서비스들이 불법데이터를 수집했거나, 이용했거나, 최소한 라이브러리에 보관만 했더라도 모두 불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판례가 나온 셈입니다.

이번 판결은 AI 기업들과 창작자와 언론사들이 제기한 저작권 소송 가운데 미국에서 나온 첫번째 판결이라는데서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2024년 앤트로픽이 불법 복제 도서를 허가 없이 이용해 클로드를 학습시켰다고 주장해 소송을 제기했고, 약 2년만에 결과가 나온 겁니다.

앤트로픽의 부 법무책임자 아파르나 스리다르는 "AI학습이 공정이용으로 인정된다는 획기적인 판결 이후 합의에 도달했다"며 "합의 대상 작가와 출판사의 91%가 보상금을 청구했고, 이번 사안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습니다.

작가측 대표 변호사 저스틴 넬슨은 "저작권 역사상 가장 큰 피해회복 사례"라며 "가능한 신속하게 작가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여기에 동의하지 않은 작가들도 있습니다. 합의금 규모가 충분치 않고, 변호사 보수가 과도하게 잡혔다고 반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재판 결과의 불확실성을 놓고 보면 합의 규모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는데요. 여기에 반대하는 일부 작가와 출판사는 합의에서 빠져나와 별도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앤트로픽대 작가 소송전은 규모가 조금 더 작은 2차전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추천 기사
인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