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활동증명은 왜 받기 어려울까? 직접 물어봤습니다.
예술활동증명 제도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에게 예술인복지법의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문 역할입니다. 예술인복지법은 2011년 생활고와 지병에 시달리던 최고은 작가가 사망한 사건으로 시작되어, 생활고에 시달리다 예술계를 떠나거나 비극을 맞는 예술인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법으로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예술인들은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진 예술인복지법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는 예술활동증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설명한 예술활동증명은 예술인복지법이 보장하는 혜택과 지원을 받기위한 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예술인이 통과하기에는 너무 좁은 문이라는 여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올해 1~3월만 해도 3만 8천 건 이상이 예술활동증명을 신청했습니다. 전년도 대비 3배 이상 폭증했죠. 신청은 늘었지만 문의 크기는 그대로니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2025년 예술활동증명 신청수는 66,464건, 이중 완료된 건은 15,502건으로 23.32%만 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완료는 39,481건으로 지나치게 많은 업무가 재단에 부여되고, 당연히 예술인들의 불만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올해 1분기 신청만 해도 3만 8천건인데, 이 모두가 ‘예술인’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예술활동증명을 간절히 원하는 예술인만 있는게 아니라, 예술가를 사칭하는 가짜 신청서들도 숨어있어 부정수급을 노리는 사람들도 걸러내야 합니다. 신청자 수가 상승하는 동시에 가짜 신청서까지 걸러야 하는 재단의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겠죠. 결국 요구된 서류를 충족하는가 충족하지 않는가를 중점으로 살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재단에서는 서류 미비를 가장 많은 반려 사유로 꼽고 있습니다.
예술활동증명 신청이 증가하는 만큼 예술활동증명을 받기까지 시간도 같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4월 9일 기준 2만 1,895명이 행정 검토 단계에 와 있고, 8,040명이 위원회 검토를 받고 있다고 재단은 밝혔습니다. 예술활동증명을 신청하면 행정 검토를 위해 2만 명 가까운 인원을 기다려야 하고, 행정 검토 단계에서 서류 보완 요청을 받는다 해도 재단이 제시한 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줄을 서야하는 상황입니다. 이 과정을 몇번 반복하면 당연히 예술인들의 입장에서 답답하고 화가 나는 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예술인들은 서류 보완 기간에 대해서도 불만을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서류 보완에 주어지는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예술활동증명 신청 안내서 E-BOOK’에 따르면 2024년 12월부터 서류 보완 기간이 14일에서 7일로 단축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폭증한 신청자 수를 감당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예술인들의 입장에선 소명할 시간이 줄어드는 거죠. 더군다나 서류작업에 익숙하지 않은 예술인들이 많고, 이들에게는 보완기간 단축은 꽤 치명적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예술활동증명에서 활동 분야를 선택하는 과정 역시 예술인을 고민에 빠지게 합니다. 음악을 예시로 들자면, 공연 무대에 서지 못한 길거리 연주자가 하는 길거리 공연은 예술 활동이 아닌 취미, 여가, 봉사, 행사 중 하나로 취급받습니다. 개인 유튜브에서 버스킹을 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는 아티스트의 경우에도 공신력 높은 채널에 출연하지 않는 이상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을 생각해보면 획일적인 시스템이 이미 변화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예술가들에겐 답답하게 느껴질 겁니다.
물론 모든 거리 공연(버스킹)이 예술활동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는것은 아닙니다. 다만 해당 활동이 전문성을 지닌 활동인지, 관객이나 대중의 선택을 통해 실제 소비된 공중성 있는 활동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취미, 여가 활동과 명확한 구분이 어려운 측면 때문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예술활동증명이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더 잘하기 위해서가 아닌 예술인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서류 조건 중 예술활동으로 소득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계가 어려운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원래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그렇다고 유명 예술인이 예술활동증명을 받는 것이 아주 수월한 것도 아닙니다. 인디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쓴 박상영 소설가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인 예술인들 조차 예술활동증명을 반려당한 사례들이 대중의 이목을 끌기도 했죠.
물론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씨의 경우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윤덕원씨가 필수 제출자료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서류를 제출했고, 이 때문에 신청이 반려당했다고 전한 건데요. 본인의 과실 때문에 반려당했다고 밝혀 하나의 해프닝으로 정리됐죠. 박상영 소설가의 경우에는 여섯 번에 걸친 수정 끝에 1년 반의 시간을 들여서야 예술인활동증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유명 예술인들도 받기 어려운 예술활동 증명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가 생긴 거죠.
예술활동증명 관련 문제의 원인 중에는 예술 활동을 법률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지점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버스킹 유튜버를 생각해 보면, 몇명의 구독자가 모이는 순간부터 ‘예술활동’이라고 볼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사실 구독자가 없어도 행위 자체는 예술이니까요. 복지는 언제나 구조적 한계가 명확합니다. 형식을 정해놓는 순간 어떤 이들은 해당하지 않지만 혜택을 받기도 하고, 정말 복지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처럼 구조적인 한계로 나오는 문제점이 예술인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사이의 오해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웹툰인사이트에서는 예술가와 재단간 쌓아온 오해를 줄여보고자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직접 물었습니다. 재단은 예술활동증명이 ‘예술가 인증 제도’라고 인식되는 부분에 “누구도 타인의 예술인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예술활동증명은 예술인임을 증명하는 확인서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재단에서는 예술인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보강하여 10~13주 정도 걸리던 예술활동증명 심의 기간을 7~9주로 단축했다고 알렸습니다. 또한 신진 예술인을 위한 ‘신진예술인 예술활동증명 트랙’을 마련했다고 밝혔는데요. 가장 시급한 지원이 필요한 신진 예술인들을 우선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신진예술인 예술활동증명은 최근 2년간 1건 이상의 예술 활동 실적만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재단에서도 나름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기관에서 예술인 전부를 수용하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입니다. 결국 ‘진짜로 예술활동을 하는지’ 확인하는 것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여기에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가고, 병목이 일어나고,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면 방법이 필요하겠죠. 그렇다면 이걸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협회들과 협력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만화 분야를 예로 들면 만화분야의 공신력있는 협회들에 가입한 회원임을 인증받으면 절차가 대폭 간소화 된다거나 하는 식이 될 수 있겠네요. 이를테면 만화가협회는 실제로 연재를 해본 경험이 있는 작가만 정회원 자격이 주어집니다. 이런 경우 만화가협회에 조회요청을 하고, 확인이 되면 증명이 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죠. 작가 입장에선 이중 삼중으로 서류를 준비할 필요가 없고, 협회 입장에선 신규 가입자를 끌어들일 유인이 됩니다. 무엇보다 재단 입장에선 그런 사례를 모아 협회에 전달하는 행정력만 발휘하면 됩니다. 물론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겠지만, 이런 방법으로 전체의 병목을 분산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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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2일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손솔 진보당 의원실 주최로 예술활동증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예술인들은 “서류가 아닌 예술인의 삶을 봐달라”고 전했습니다. 토론회에서 예술인들은 절박한 자신들의 상황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진심을 담아 전했습니다.
예술인들의 진심과는 별개로 3개월간 3만 8천명, 주말 없이 주 7일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에 400명이 넘는 사람의 예술활동 증명 서류를 보아야 하는 재단의 고충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 직원이 매달려 야근을 하는 재단의 부하가 가중될수록 효율적인 검수를 위해 제도는 더 엄격해지고, 실질적인 혜택보다 ‘서류’에 매달리게 됩니다. 기다림을 줄여달라는 예술인들의 외침은 재단의 고통과도 닿아있습니다.
토론회를 주최한 손솔 의원은 "예술활동증명은 예술가임을 가려내는 '시험'이 아니라 예술을 지속할 수 있게 돕는 '권리'의 시작"이라며 "예술인의 다양성을 포용하고 창작의 꽃을 피우는 복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뿐만 아니라 입법부, 행정부의 역할도 필요합니다. 입법과 행정의 측면에서는 예술인복지법이 정부가 보호하지 못한 예술인의 죽음에서 생겼다는 걸 곱씹어보면 좋겠네요. 당연히 오래 걸릴 겁니다. 하루라도 빨리 예술활동증명 제도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예술인들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해야겠죠. 더 많은 사람들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렇게 원래 취지에 맞게 법이 작동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